[취재수첩] 경제학자들의 자성

입력 2017-12-17 17:11  

[ 김은정 기자 ] 한국국제경제학회가 지난 1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연 동계학술대회에선 특별한 세션이 마련됐다. ‘한국 경제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달 초 다룬 ‘논쟁 사라진 한국 경제학계’(본지 12월4일자 A1, A3면 참조) 보도를 계기로 주요 대학 경제학과 교수들이 경제학계 안팎의 문제를 끄집어낸 것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계가 국내 현실을 못 따라가거나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한국 경제에 관한 연구가 학계에서 저(低)평가되고 있는 데다 국내 연구에 주는 인센티브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국 경제에 대한 연구는 연구의 질보다 연구자의 신념이 우선시됐다는 편견이 팽배해 국내 연구를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 경제 현안에 경제학자들이 뚜렷한 의견을 내지 못하는 학계 분위기에 대해서는 “정부나 국책연구소가 각종 연구 과제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정부 방향과 반대되는 연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과거에 중요한 연구를 했어도 평가 기간에 수행한 연구가 아니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말엔 많은 경제학자가 공감했다. 신 교수는 펀드 등을 통한 독립된 싱크탱크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올해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수상한 이수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날 실증연구 비중을 늘려 경제 현안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미국과 한국의 주요 10개 대학 경제학과 교과 과정을 조사한 결과 미국은 계량경제학이 전공 필수인 비중이 100%였지만 한국은 40%에 그쳤다. 이 교수는 대학의 경제학 교육 시스템 개편도 주장했다. 일례로 학부 전공 과정에 경제학에 기초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과 과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수십 년간 고착화한 경제학계 문화와 풍토를 하루 아침에 고치긴 쉽지 않다. 경제학자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움직임을 보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중·장기 연구를 배척하는 평가 시스템, 연공서열식 교수 평가 방식, 현실 문제에 대한 소극적 태도 등 경제학계 안팎의 고질병은 결국 그들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

김은정 경제부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